한국사19 한국사 19장 문벌 그들이 사는 세상 고려의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성종 때 이야기를 해야겠다. 성종은 국왕 중심의 단단한 중앙 집권화를 위한 이데올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주목한 방법은 그 이름에 맞는 유학이었다. 성종에게 유학은 곧 유교였다. 즉, 학문을 넘어서 이데올로기이자 국가를 상징하는 사상 그 자체여야 했다. 성종은 사회 시스템을 유교사상에 입각해 고쳐나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통치 제도를 개편하는 일이었다. 성종은 당나라 때의 정치 시스템이던 "3성 6부제"를 모방해 "2성 6부 체제"라는 고려만의 시스템을 완성한다. 2품 이상의 고위 관료인 재신과 3품 이하의 낭사로 구성된 중서문하성 그리고 6부로 나뉜 행정 실무 기구 상서성이 정치를 주도했다. 여기에 덧붙여 송나라의 제도를 본떠 .. 2023. 10. 27. 한국사 18장 거란 오랑캐들이 세운 나라 거란족은 만주 지역에서 흩어져 살던 유목민이다. 긴 시간 통일된 형태의 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채 여러 부족으로 나뉘어 살면서 중국의 통일 왕조나 고구려 혹은 본인들과 비슷한 유목민이던 돌궐 등에 간접적인 지배와 간섭을 받으며 살았다. 그러던 10세기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가 완전히 뒤바뀐다. 당이 멸망하고 중국은 다시 분열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같은 시기 한반도도 그랬다. 이때 영웅이 등장하는데, 그가 바로 거란족 불세출의 영웅 야율아보기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동북아시아의 국제 질서 속에서 야율아보기는 흩어져 살던 거란 부족을 통합한다. 부족을 하나로 합친 야율아보기는 916년 랴오닝성에 자리를 잡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올라 국호를 거란이라 한다. 거란은 성장할수록 동쪽에 접한 나.. 2023. 10. 26. 한국사 17장 천추태후 운명의 사랑을 찾아 나서다 태조 왕건의 손녀, 제5대 왕 경종의 비, 다음 왕인 제6대 왕 성종의 동생, 제7대 왕 목종의 어머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8대 왕 현종의 이모. 이는 천추태후의 프로필로, 아무리 족내혼으로 단단히 묶인 고려 왕실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금수저를 넘은 다이아몬드 수저다. 일단 아버지가 태조 왕건과 넷째 부인 신정왕후의 아들이었고, 어머니는 태조 왕건과 여섯째 부인 정덕 왕후의 딸로 남매 사이였다. 놀랄 필요 없다. 고려 왕실에서 근친혼은 흔한 일이었다. 더 중요한 프로필은 외할머니 쪽 족보였다. 그녀의 외할머니 집안은 황해도 황주 지역의 대호족 황보 씨 집안이었다. 천추태후의 외할머니 신정왕후는 왕건이 죽은 뒤로도 근 40년 동안 고려 왕실의 웃어른 역할을 했다. "황주원 부인".. 2023. 10. 25. 한국사 16장 광종 그는 왜 황제가 되려 했을까? 왕건의 적장자이자 고려의 제2대 임금이던 혜종의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과정이 존재했다. 그리고 제3대 왕으로 등극한 왕요, 그러니까 정종도 평탄한 삶을 살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945년에 즉위해 서경 천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경 중심의 호족 세력과 마찰을 빚었고, 개경 천도 계획은 좌절된다. 천도 실패로 왕실의 권위는 다시 실추됐고, 정국은 다시 요동쳤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있으니, 그가 바로 정종의 친동생 왕소다. 정종과 그의 동생 왕소는 친형제 사이였지만, 처가의 세력 기반은 달랐다. 후백제 사람 박영규를 장인으로 둔 정종과 달리 왕소는 신주, 황주, 평주 등 개경과 가까운 황해도 지역에 세력 기반을 둔 장모님이 든든한 뒷배였다. 심지어 왕소의 장인어른은 아버지 .. 2023. 10. 24. 이전 1 2 3 4 5 다음